- 제목: Call Me by Your Name
- 감독: 루카 구아다니노 (Luca Guadagnino)
- 각본: 제임스 아이보리 (James Ivory)
- 원작: 안드레 애치먼 (André Aciman)의 동명 소설
- 장르: 드라마 / 로맨스
- 등급: R 등급
- 출연:
- 티모시 샬라메 (Timothée Chalamet) – 엘리오 펄먼 역
- 아미 해머 (Armie Hammer) – 올리버 역
- 마이클 스툴바 그 (Michael Stuhlbarg) – 샘 펄먼 역
- 아미라 카사르 (Amira Casar) – 앙젤라 펄먼 역
- 에스테르 가렐 (Esther Garrel) – 마르시아 역
“내 이름으로 날 불러줘. 그러면 내가 곧 네가 될 테니까.”
이 대사는 단순한 연애 감정이 아니라, 사랑의 본질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문장입니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Call Me by Your Name, 2017)》은 여름 한 철 이탈리아 시골 마을에서 벌어지는 섬세하고 찬란한 첫사랑 이야기입니다.
다소 무거운 동성 로맨스라는 장르이지만, 사랑이란 무엇인가, 성장이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집니다.
<줄거리> "뜨겁고도 조용한 여름, 엘리오와 올리버"
1983년 여름, 17살의 소년 엘리오는 가족과 함께 이탈리아 북부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습니다.
엘리오의 아버지는 고대 문화와 언어를 연구하는 교수로, 매년 여름마다 대학원생 한 명을 연구 조교로 초대해 함께 지냅니다.
그해 여름, 미국에서 온 24살의 대학원생 올리버가 도착합니다.
엘리오는 처음엔 올리버의 당당하고 자유로운 태도에 거리감을 느낍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둘은 서로에게 끌리게 되고,
결국 그 감정은 뜨거운 여름의 첫사랑으로 이어집니다.
두 사람의 관계는 세상에 공개되지 않은 채 조용히, 그러나 점점 깊어집니다.
눈빛과 손짓, 간접적인 표현으로 감정을 쌓아가는 과정은
감정의 깊이를 말보다는 묘사와 공간, 음악, 시선으로 보여줍니다.
영화는 단 한 번도 이들의 사랑을 설명하려 하지 않습니다.
대신 관객은 그들의 여름을 따라가며, 사랑의 절정과 이별의 아픔을 동시에 경험하게 됩니다.
결국 여름이 끝나고 올리버는 돌아갑니다.
엘리오에게 남겨진 건 그의 이름을 부를 수 없게 된 시간, 그리고 깊은 상실감입니다.
그러나 그 감정은 고통을 넘어 성숙해지는 하나의 과정이 됩니다.
<배경> "이탈리아 크레마에서 피어난 감성의 정원"
이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은 바로 공간, 즉 이탈리아의 풍경입니다.
촬영지는 북부 롬바르디아 지방의 크레마(Crema)라는 도시로,
광활한 해바라기밭, 대리석 저택, 한적한 시골 마을, 오래된 책과 피아노가 공존하는 문화적 공간들이
이야기의 분위기를 더욱 풍요롭게 만듭니다.
빛과 시간의 결합은 영화의 감정을 시각적으로 이끌어냅니다.
매 장면마다 부서지는 햇살, 노란 석양, 반짝이는 수영장 물빛은
엘리오의 감정선과 절묘하게 맞물려 청춘의 아슬아슬함과 아름다움을 상징합니다.
감독 루카 구아다니노는 이탈리아 출신으로,
이 공간을 단순한 배경이 아닌 감정의 배경음악처럼 활용합니다.
화려하거나 극적이지 않은 풍경이지만,
바로 그렇기에 더욱 현실적이고 공감 가는 사랑의 무대를 만들어냅니다.
또한 피아노 연주, 클래식 음악, 고대 철학서 등 예술적 요소들이
엘리오와 올리버의 관계에 지적 깊이와 감성적인 결을 더합니다.
<메시지> "조금은 무겁지만 사랑 그리고 감정의 서사시"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이 사랑받는 이유는 단지 ‘아름다운 영상미’나 ‘감성적인 멜로’ 때문만은 아닙니다.
이 영화는 사랑의 본질, 잃음의 의미, 그리고 성장의 아픔을 아주 섬세하게 표현합니다.
특히 엔딩 장면에서, 엘리오가 벽난로 앞에서 홀로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대사 하나 없이도 이별의 슬픔, 사랑의 기억, 그리고 감정의 성숙을 고스란히 전달합니다.
카메라는 엘리오를 고정된 앵글로 오랫동안 비추며, 관객에게 감정을 강요하지 않고 조용히 지켜보게 만듭니다.
엘리오의 아버지가 전하는 말도 매우 인상 깊습니다.
“이 나이에 이렇게 깊이 사랑할 수 있었다는 건 특권이야.
슬픔을 너무 빨리 지워버리려 하지 마. 고통도 간직하렴.”
대사 안에 인생 전반에 대한 통찰을 담고 있어 많은 관객들의 마음에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이 영화는 그 안에 사랑, 예술, 성장, 상실, 계절, 시간이 모두 녹아 있습니다.
특정한 성별이나 정체성에 국한되지 않고,
누구든 첫사랑을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영화입니다.
그 안에 담긴 감정선과 배경의 활용, 섬세한 연출은
이 영화를 단순히 ‘사랑 이야기’가 아닌 감정의 시(詩)로 완성시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누군가의 이름을 속으로 부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