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로만 폴란스키
주연: 애드리언 브로디, 토마스 크레취만
장르: 전쟁, 드라마, 실화
원작: 블라디슬로프 스필만 회고록 《피아니스트》
수상: 제75회 아카데미 시상식 감독상·남우주연상·각색상 수상
『피아니스트』는 나치 점령하의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살아남은
유대인 피아니스트 블라디슬로프 스필만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자전적 경험이 반영된 이 영화는,
한 인간이 음악과 생존 본능으로 극한 상황을 견디며 끝내 살아남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줄거리> “건반 위에 펼쳐진 생존”
1939년, 바르샤바. 폴란드 라디오 방송국에서 쇼팽의 녹턴을 연주하던 피아니스트 스필만은
독일의 폭격으로 방송이 중단되자 허탈하게 연주를 멈춥니다.
유대인인 그는 가족들과 함께 점점 좁혀오는 나치의 포위망 속에서 살아갑니다.
유대인 식별을 위한 완장 착용, 재산 몰수, 게토 이주, 그리고 강제 수용소로의 이송까지.
그중 일부는 총살되거나 트럭에 태워져 사라지고, 그의 가족 역시 끌려가고 맙니다.
스필만은 우연히 유대인 저항세력의 도움을 받아 홀로 남겨지게 되고,
이후 폐허가 된 바르샤바의 거리와 건물 사이에서 숨어 지내며 하루하루를 버팁니다.
배고픔과 추위, 고독 속에서 인간성을 잃지 않기 위해 그는 침묵 속에서도 피아노를 '머릿속으로' 연주합니다.
아무도 없는 집에 숨어들어 피아노를 마주했을 때,
그는 실제로 건반에 손을 얹지도 못한 채 마음속으로 음악을 연주합니다.
전쟁이 끝이 날 무렵 어느 날, 스필만은 독일 장교 빌름 호젠펠트와 마주치게 됩니다.
유대인을 죽이던 나치 장교임에도 불구하고, 호젠펠트는
스필만의 연주에 감동받아 그를 숨겨주고, 음식까지 나눠줍니다.
전쟁이 끝나고 독일군이 패퇴한 후, 스필만은 다시 피아니스트로 무대에 오르게 됩니다.
반면 그를 도왔던 호젠펠트는 포로수용소에서 죽음을 맞이합니다.
<배경> “바르샤바 게토, 그리고 전쟁 속 침묵의 역사”
이 영화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실제로 나치 독일에 점령당한 폴란드 바르샤바 게토를 배경으로 합니다.
유대인들은 게토로 강제 이주당하고, 비인간적인 환경에서 노동과 죽음 사이를 오가며 하루하루를 살아갔습니다.
영화 속 이야기는 실존 인물인 블라디슬로프 스필만이 남긴 자서전을 바탕으로,
한 예술가가 겪은 전쟁의 참혹함과 그 속의 인간성에 대해 사실적으로 그려냅니다.
또한 감독 로만 폴란스키 역시 나치 점령기의 폴란드에서 유년기를 보내며 어머니를 잃은 경험이 있는 만큼,
이 영화에는 단순한 기록 이상의 감정과 현실성이 담겨 있습니다.
그는 화려한 전투 장면 대신, 고요하지만 잔혹한 일상의 파괴를 통해 전쟁의 공포를 실감 나게 전달합니다.
<메시지> “예술, 인간, 그리고 전쟁”
『피아니스트』는 전쟁이라는 지옥 속에서도 예술은 살아 숨 쉬며,
인간의 존엄성을 지켜주는 무엇보다 강한 무기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스필만은 피아노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마음속으로 연주함으로써 절망에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영화에서 ‘나치 장교가 유대인을 돕는다’는 설정은 모든 독일인이 악하지는 않으며,
전쟁 속 인간성은 이분법적으로 나눌 수 없다는 의미를 부여합니다.
거대한 역사 속에서 무력한 개인이 어떻게 살아남을수 있는가?
실제의 고통과 인간성에 대한 기록이기도 합니다.
전쟁 속에서도 피아노 건반을 떠올리던 한 남자. 그의 침묵 속 연주는,
오늘날 우리에게도 여러 감정의 울림을 줍니다.